2016년 추계 전국 의사 축구대회 우승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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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추계 전국 의사 축구대회 우승 후기

 

 

 

속편한 내과

고 동 훈 원장

 

성남시 의사회 축구단에 몸담은지 5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지인의 소개로 가입 했다가 힘들어서 오래가지 못할 것 같았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한번 있는 정기 모임(정모)에 가지 않으면 뭔가 잘못된 듯 부족한 느낌을 가질 정도의 습관화가 되어 버렸다. 부상을 당해도 거쳐 가는 통과 의례인 듯 다시 정모를 찾는다.

 

매년 전국 의사 축구대회를 봄, 가을로 참가하는데 청주 봄 대회 때는 예선 탈락이라는 상처를 입어 모든 회원들이 칼을 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정모는 더 활성화되고 치열했다. 경험 많은 코치까지 영입해 내실을 기하기도 했다. 장마비에도 몸을 불살랐고 주말에는 친선 경기를 통해 실력을 점검하기도 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영맨(45세 이하)들의 정모 참여 저조로 조직력이 약화되지나 않을까 하는 정도였다.

 

드디어 결전의 날, 11월13일 일요일 아침 6시30분. 새벽 어둠이 채 가시기 전 야탑 시외버스 터미널 주변으로 삼삼오오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든다. 버스 한대를 다 채울 정도의 인원이 긴장된 표정으로 반갑게 인사한다. 최근 몇 년간 우승과는 인연이 없는 터라 준비도 많이 했고 새삼 우승을 기대하며 약속의 땅 천안으로 향했다. 곽덕석 단장, 이승규 감독, 김남주 코치 이하 35명의 회원들은 기대를 품고 결전지로 향한 것이다.

 

영맨과 베테랑 리그로 구별하여 대회가 개최되어 영맨들과는 짧은 이별을 했다. 내가 속한 베테랑 리그는 서울, 부산, 충청, 성남팀으로 풀리그를 통해 우승을 가렸다.

 

첫 경기 상대는 서울팀. 전통의 라이벌 팀으로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불편한 상대였다. 하지만 상대팀 주축 선수 1-2명이 보이지 않았고, 긴장한 탓인지 승부가 쉽게 갈렸다. 경기 내용도 압도하면서 3:1 로 승리했다. 멋진 출발이었다.

 

두번째 경기는 부산팀. 전국 대회에서 가끔 만나는데 패배의 아픈 기억이 많은 팀이다. 칼을 갈았지만 이번에도 역부족이었다. 연이은 실수로 2골을 헌납하며 2:0 으로 패했다. 이상하게 게임이 안풀리는 팀이었다.

 

1승1패의 전적으로 마지막 남은 충청전. 나머지 팀이 모두 1승1패를 기록해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충청팀은 베테랑 리그에 처녀 출전이지만 실력이 남달랐다. 서울팀을 잡을 정도의 실력으로 우리를 긴장하게 했다. 하지만 우승에 갈망한 우리팀의 기세를 꺾지는 못했다. 3:1로 승리하여 최종 2승1패를 기록했다. 마지막 남은 부산팀의 결과에 따라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부산팀이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고 골 득실에서 우 리팀이 앞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운 까지 따라준 대회였다.

영맨팀도 나름 선전을 해 2승 2무로 3위를 차지했다. 준비 한 것에 비하면 대단한 성적이었다. 영맨들도 내년에는 내실을 기해 우승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우승 회식 때 우승컵에 술잔을 기울이며 아이들처럼 즐거워하며 웃는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이런 맛에 우승을 하는구나!’라는 행복한 기분을 잊지 못하리라. 지난 1년간의 정모들이 떠올랐다. 장마비 맞으며 어린아이처럼 황송 구장을 달렸던 지난 여름, 엄청난 눈이 쌓인 황송 구장을 내 집 눈 치우듯 제설하면서 뛰었던 지난 겨울…. 성남팀은 준비된 팀이고 우승할 자격이 있는 팀이었다. 경기를 출전한 선수든 출전하지 못한 선수든 모두들 웃으면서 축하하고 격려할 수 있는 성남팀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몸은 힘들고 피곤했지만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다. 벌써부터 다음 주 정모가 기다려진다는 회원들이 있는 한 성남시 의사 축구단은 언제 까지나 영원할 것이라 믿는다. 내년 대회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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